인도에 살면서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종종 있다. 대게는 만나는 친구들이나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물을 때인데,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 한국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것이다. 그러면 대략적으로 불교가 얼마고 기독교가 얼만데, 무신론자가 인구의 반정도가 된다 말하곤 하는데, 그 반응이 무신론자가 왜 그리 많냐는 질문을 꼭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 사람들에게서 종교 생활을 떼어내 버리기는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만약 힌두교라면 힌두교의 축제에 참가하고, 이슬람이라면 금요일에 기도하러 가고, 일상생활과 결합되어 있어서 종교인지 생활인지 헷갈릴 정도니까 종교 없는 한국 사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진정한 인도인이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힌두교 축제를 휴일을 즐기고, 즉 학교를 가지 않고, 이슬람 축제도 쉬고, 부활절과 성탄절도 노는 사람이 진정한 인도인이라는 푸념을 듣는다. 그만큼 종교적인 사람들이 인도 사람들이다.
근데 인구의 절반이 무신론자다? 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신을 달라도 뭔 신이든 믿을 것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물음의 핵심이다. 거기에 대해 나는 감히 없다고 대답한다. 한국 사람들 너무 바빠서 교회가 안 가고 절에도 안 가고,종교 생활할 시간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고… 그저 그들은 자신을 믿는다고… 말이다. 어릴 적 나 자신을 믿겠다는 사람을 참 많이 보았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에 전생이나 저승사자, 무당, 퇴마 같은 종교적인 무엇이 들어있고, 사람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것을 즐긴다. 신이 없다 하지만, 그건 그저 규칙적인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뭐 하나 믿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수능 시험을 앞두고 기도하는 어머니들, 미신이라고 해도 부적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젊은이들 가운데도 점을 보러 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지. 종교적인 심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
한국 사람 종교적이다. 죽으면 끝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그렇게 말하면서 종교 생활은 귀찮아서 바빠서 피곤해서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뼛속까지 깊이 있는 무신론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피곤해서 교회 안 나갈 뿐 형편 좋아지면 교회 갈 볼 마음이 있는 것이다.
왜냐면, 죽으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직까지는 죽지 않는 인간은 불가능하다. 수명은 늘려도 운명은 바꾸지 못한다.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린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마주 본다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유한성”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쉽게 말말해서 내가 한계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사람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고, 공간을 넘을 수 없다. 그래서 절대자, 초월자, 나보다 영원한 존재를 찾고픈 마음이 있다. 이 마음은 종교를 가지게 하는 게 한다. 그래서 일관성이 있는 무신론자를 찾기란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이때까지 한 번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천주교에서 나오는 신문을 본 적이 있다. 젊은이들 청소년들이 성당에 없다고 난리이다. 불교 스님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절에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독교? 교회는 훨씬 심각해 보이는데, 교회에 아이들이 없어서 주일학교가 문을 닫은 곳이 절반 이상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종교를 버렸을까? 아니다. 만약 종교를 정말로 버렸으면, 한국은 세계 최초의 탈종교 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건 그 시퍼렇던 공산주의도 못한 일이다. 소련도 중공도 실패한 일을 한국인들이 해낸다면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 줄 거다.
교회를 사랑하는 분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종교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영원한 것을 찾고 또 찾을 거니까. 다만 찾는 모양과 타이밍이 달라지고 있을 뿐이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고 정말 교회가 가진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는데 집중하하자. 교회가 진리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정말로 사람들은 교회를 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교회가 영원한 무엇, 진리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진짜 진리가 오기를 기대한다.